주섬주섬·시
즐거운 편지-황동규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4 / The Letter-An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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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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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잠산
즐거운 편지 / 황 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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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평남 영유군 숙천 출생. 아버지가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이다. 대구로 피란갔던 51년, 길바닥에서 껌을 팔기도 했다. 전쟁 뒤엔 서울로 올라와 서울중·고교를 다녔다. 클래식 음악에 빠져든 것도 그맘때. 하나 발성에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문학에 뜻을 둔다. 고3 시절이었던 56년, 한 살 연상의 여인과 짝사랑에 빠진다. 그 여인에게 보내는 연가가 바로 '즐거운 편지'다. 57년 서울대 영문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58년 시인이 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68년 서울대 전임강사가 된다. 이후 시인이자 영문학자로 평생을 산다.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1975)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미시령 큰바람』(1993) 『풍장』(1995)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2000) 『꽃의 고요』(2006) 등 다수 현대문학상(1968), 이산문학상(1991), 대산문학상(1995), 미당문학상(2002), 만해대상(2006)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