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시

대설주의보-최승호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11 / 사계중 겨울

다음에...^^* 2008. 4. 2. 13:00

▲ 일러스트-권신아


    대설주의보 - 최 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1983년> 비발디 사계중 겨울


-  최 승 호  - 
1954 강원도 춘천 출생 
춘천교욱대학교 졸업하고 강원도의 벽지 초등학교에서 일했다
1977년 <비발디〉로 《현대시학》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했다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1985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2000년 대산문학상 
2002년 제47회 현대문학상
2003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대설주의보>, <고슴도치의 마을>, <진흙소를 타고>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것인 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