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시
우리가 물이되어-강은교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16 / Paedonne Moi(용서하세요)-남택상
다음에...^^*
2008. 4. 8. 11:41
우리가 물이 되어 / 강 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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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姜恩僑/1945.12.13 ~ )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연세대 영문과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서 시 <순례자의 잠>으로 등단
시집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초록거미의 사랑>등 10여권
산문집 <추억제> <그물사이로> <사랑법>
<어느 불면의 백작부인을 위하여>등
한국문학작가상(1975년)·현대문학상(1992년)·
시 <너를 사랑해>로 정지용문학상(2006년) 등 수상.
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 다섯 살 무렵 부산 피란시절 서대신동 집뜰에서 무용을 하는 강은교 시인(오른쪽 사진). 시인은 사춘기 시절에도 그만의 '예술의 긴 터널'을 지나며 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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