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는 단추 풀지 않는다
날개 활짝 펴고 반갑게 찾아오는 참새가
어깨에 앉는다고 좋아할까?
고개 숙인 나락 등에 설설기는
메뚜기를 좋아할까?
누가 오려면 못 오게 해야 할 난데
당신 있으면 뭐 해!
나보다 고개 숙인 나락을 더 좋아하니
넓은 들판에 홀로 서서 지나가는 구름이랑
누가 탔을지 궁금하지 않은
비행기나 물끄러미 바라볼까? 단추 풀 일 없다.
내 할 일 마치는 날
투박한 그이 손에 단추 풀리는 날
둔 더덕 없이 날씬한 몸매
옷 한 번 갈아입지 못하고
모자 하나 꾹 눌러쓰고
한 계절 들판에 서 있다 갔노라고
세상에 알려주오
멋 낼 줄도 모르고
단추 한 번 풀지 못한 허수아비였다고
/김/명/수/
전남화순앵남역에서사진김명수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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