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시 82

사라진 손바닥-나희덕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30 / Melancholy Smile-남택상

▲ 일러스트=잠산 사라진 손바닥 / 나 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

주섬주섬·시 2008.04.22

성탄제-김종길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9 / 모두가 사랑이에요-하모니카 연주

▲ 일러스트=권신아 성 탄 제 / 김 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주섬주섬·시 2008.04.21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오탁번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8 / Serenade-Jim Brickman

▲ 일러스트=잠산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純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原始林)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石炭)으로 변모하는 소..

주섬주섬·시 2008.04.20

광야-이육사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7 / 광야(쾌도 홍길동)-이창희

▲ 일러스트=권신아 광 야 (曠野) / 이 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

주섬주섬·시 2008.04.19

산정묘지-조정권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6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김광민

▲ 일러스트=잠산 산정 묘지(山頂墓地) / 조 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

주섬주섬·시 2008.04.18

잘익은사과-김혜순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5 /사랑의 숲-오카리나연주

▲ 일러스트=권신아 잘 익은 사과 / 김 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

주섬주섬·시 2008.04.17

山門에 기대어-송수권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4 / Bells Of San Sebastian-Giovanni Marradi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 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주섬주섬·시 2008.04.16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3 / Tranquility(평화)-Phil Coulter & Aoife

▲ 일러스트=권신아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주섬주섬·시 2008.04.15

푸른곰팡이/산책시1-이문세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22/J'aime(너를 사랑해)-Adamo

이 문재 (李文宰 1959.9.22 ~ )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95년 김달진 문학상 수상 1999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2002년 소월시 문학상 지구의 가을 2995년 지훈 문학상 수장 현, 시사저널 편집 위원, 《..

주섬주섬·시 200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