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하는 빗줄기속에 무작정 문을 나섰습니다.
장바구니 가득 낑낑대며 들어오는
옆집 아지메와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딸아이가 쓰던 진분홍색 우산을 쓰고서 말입니다.
내 펼쳐진 우산속에서 눈알을 요리 조리 굴려보니
먹구름은 갈팡질팡 흰구름을 몰아내고
어둠은 서서히 불빛과 함께 찾아 드는데....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갑자기 우산을 접고 싶지 뭡니까..
오싹해지는 서늘함인지 쓸쓸함인지 모를 소름이 돋는데
'날보고 이상타 하지 않을까?'
'저여자 시련 당했나?'
'초저녁부터 술취해 저러나? 참내 한심하긴.....쯧쯧...'
우산을 집어 던지고 비를 맞는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이리 생각하겠지..
오히려 우산을 깊게 눌러쓰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살짝살짝 보았지요
괜실히 키득키득 웃음이 나고
펼쳐진 우산을 옆으로 젖히고 순간 떨어지는 비를 맞아보는것두
기분이 꽤 괜찮더라구요....
따끈한 오뎅에 반잔만 먹었던 매실소주 생각이 굴뚝 같드만요..ㅎㅎㅎ
술집에 들어갈 용기는 없구 맥주나 사러 가야지
울 서방님 오늘 일이 많아 많이 늦는다 했는데....이그~~
좋아하는 맥주나 사러가자....
집옆의 아울렛을 두고 한참 떨어진 롯데마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가는 길에
흰구름 먹구름이 동무하며 앞서고 뒷서고 하는 하늘도 한번 더 보고
지나는 사람이 적을땐 우산을 피해 떨어지는 빗방울도 더 맞아보고
안양천을 건너는 다리위에서 물줄기 따라 눈길을 돌려두 보고
먼곳이라 느꼈던 곳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더라구요...
앞이 막힌 가을 구두도 구경하고
구수한 빵냄새에 코두 벌렁벌렁 킁킁거려보구
투명하고 맑은 립그로스도 이것저것 발라보구
하나 살까 망설이다 집에있는것 다 쓰려면 3년은 걸릴걸 하는 생각에
"담에 올께요~"하며 화장대 서랍의 립스틱 갯수도 그려 보았네요
지하 식품코너에는 단감도 보이고
어제보다 빛이 붉어진 사과도 풍성해 졌고
푸릇푸릇한 귤도 보이고....
가을은 마음으로부터 와서 식탁위로 올라가나봐요...
700ml 패트맥주와 식빵
시악시 볼같이 분홍물이 들은 복숭아를 장바구니에 담고는
들고갈 일이 아득한데....
초밥10개를 3000원에 준다기에...
혼자서 밥 사먹기는 처량해 보이고
집에 들어가 혼자 차려 먹자니 괜실히 서글퍼
큰맘 묵고 초밥 한팩을 더 샀지요...ㅎㅎㅎ
지는요~~
사람이 작아 그러나 뭘 사들고 다니는거이 제일 힘들더라구요
뭣땜시 예까지 왔나 후회도 되고 가는길은 멀고
손도 팔도 아파 몇번을 쉬엄쉬엄 쉬어가며 왔지요...
'지금 뭐하노...저녁은 묵었나...난 묵었데이....'하는 문자에 조금은 힘이 생기고
이제는 깜깜해진 어둠속에서 눈에 익은 불빛을 쫒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휴~~~
하면서도 두고온 하늘과 비와 바람이 새삼 그리워지는건 또 뭐랍니까?
이사람도 이상타 생각이 듭니다요...
울님들이시여~~
가끔은 이상해두 말입니다....
그게 쬐끔은 행복하단 생각도 들더이다...
모쪼록 힘껏 사랑하시고 한껏 행복하신 밤 되옵시라고
향기가 주절거려 보았네요...
2007.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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