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 오 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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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권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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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1941.12.29 ~ 2007.2.2)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하여
동아대 법대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1982년~200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2003년 제3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수상
1982년 현대문학상 수상
대표작으로는 <사랑의 기교>,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하늘아래의 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