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시

사라진 손바닥-나희덕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100편中 30 / Melancholy Smile-남택상

다음에...^^* 2008. 4. 22. 14:32

▲ 일러스트=잠산


사라진 손바닥 / 나 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2004년>  
      

 

 

나희덕 (羅喜德: 1966.2.8 ~ ) 
나희덕은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송곡여자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및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3년 10월 조선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2002년 9월~2003년 9월 조선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학과 전임강사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하였고, 
1991년 첫시집인《뿌리에게》를 펴냈다. 
이후《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 곳이 멀지 않다》를 펴냈다. 
1998년《그 곳이 멀지 않다》로 제17회 【김수영문학상】을
2007년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6년 [소월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 집:《뿌리에게》 詩集 창작과비평사 1991,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詩集 창작과비평사 1994,
《그곳이 멀지 않다》 詩集 민음사 1997.10, 
《어두워진다는 것》 詩集 창작과비평사 2001.04 등...